<합동조사단의 천안함보고서는 "거짓말로 도배된 소설"이지만,

                               이 글은 "소설을 빙자한, 이야기 천안함보고서"입니다.>




1. 수리불량 초계함


[진해기지에는 군함수리창이 있다. 수리창에 정박한 배들은 수리를 하기위한 것이다.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 수상구조함 평택함, 수상구조함 광양함, 기뢰제거함 9대등이 이곳에 정박했음은, 모두 수리중이었음을 말해준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이들이 수리되지 않고 있었다면, 천안함도 수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군용트럭 한 대가 내려놓은 것은, 갓 스무살의 신병 문오준 일병이었다.
문일병은 곧바로 항구에 접안해 있는 천안함으로 올라가 제일 꼭대기의 함교로 향했다.

"도데체, 이 게 말이 됩니까?"

문일병이 함교의 열려져 있는 문앞에 다가섰을 때, 갑자기 함교 안에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나도 할 만큼은 다 했어."
"이 게 그 결과란 말입니까? 이 배가 이 수리창에 들어올 때와 뭐가 달라졌습니까? 단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이것이 어떻게 최선입니까?"

"어쩌란 말인가? 여긴 군대 아닌가?"
"함장님, 분명히 작년 겨울에 이 곳에 이 배를 끌고 들어올 때는, 이번에도 수리가 안되면 '배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말했던 그 패기는 어디 갔습니까?"



그 때, 얼어붙어 있는 문일병을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 끌었다.
문일병은 그를 따라서 함장과 부함장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던 함교를 내려와 갑판으로 갔다.

"니가 신참이구나, 내가 니 사수다. 오중사라고 한다."
"아, 네.. 일병 문오준. 자대배치..아니 함상근무를 명 받.."
"아..아니 됐어." "따라와.."


문일병은 그를 따라서 천안함의 지하에 있는 침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갑판으로 올라왔다.

"오늘 할 일이 많다. 이틀 후에 출항이거든. 우리 갑판부는 개잡부야. 뭐든지 해야하고, 뭐든지 우리 잘못이다. 누가 욕을 하더라도 그러려니..해라."
"알겠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오중사와 문일병은 하루종일 갑판위에서 잡일을 해대었다. 그 동안에 여러명의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사병들이 천안함으로 찾아 들어왔다. 예정에 없던 긴급 출동이라 그런지 모두들 투덜거리는 한 마디씩은 어김없이 들려주었다.



그러던 중, 해가 질녁 즈음에, 두 명의 부사관이 천안함으로 올라오더니, 문일병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봐, 너 오늘 첨 왔냐?"
"네, 일병 문오준"
"그래? 이리 따라와 봐."

그들은, 아무 이유도 대지 않고 문일병을 가스터빈실로 끌고 갔다.

"여기가 가스터빈실이야. 천안함의 한가운데에 있지. 그리고 3층높이로 뻥 뚫려서 가장 넓고 높은 곳이야."

그리고 그 두 명의 부사관은, 자신들이 밟고 있던 쇠발판을 들어올려서 그 아래 검은 구멍을 드러나게 하였다.

"문일병, 지금 이 후레쉬를 들고, 여기서 저 끝쪽, 디젤엔진실의 벽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신속하게 다시 돌아온다. 실시 !!"

문일병은 후레쉬를 받아들고, 불을 켜서는 발판아래 좁고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 기어서 반대편 벽을 향해서 기어 들어갔다.
반대편 벽까지 도달하고 보니, 바닥에는 물이 질퍽거렸고, 후레쉬에 비추어지는 거대하게 누워있는 I자 모양의 바닥지지대가 갈색으로 녹이 슬어있는 모습이 완연하게 보였다.

"이 거 뭐야?"
문일병은 그 녹이 풍성하게 슬어있는 I자 모양의 지지대를 관통하는 부분에 손을 넣어 보았더니 손이 쑥 반대편으로까지 들어가 버렸다. 녹이 슬어 있는 부분이 이제는 구멍이 뚫려서 지지대가 완전히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배가 이상하게 생겼네. 이 건 물 빠지라고 만들어둔 구멍인가?"

문일병은 그것이 어떤 의미로 녹이 슬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야, 도착했으면 빨리 기어 나와.! "
"네, 알았습니다."

문일병은 허겁지겁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문일병의 모습을 바라본 두 명의 부사관은 눈이 휘둥그레 뒤집어져서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마치, 문일병이 에일리언으로 변신이라도 했다는 듯한 놀라운 표정이었다.

"뭐야, 이 거.."
"이 자식들.. 수리를 하나도 안 했잖아."

비로소, 문일병은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 팔꿈치과 무릎과 배에 흥건하게 묻어있는 갈색이다 못해 붉은색의 녹과 녹물을 바라보았다.

하사관 한 명이 옆의 책상을 발로 거칠게 걷어찼다. 그 소리가 가스터빈실을 커다랗게 울렸다. 다시 걷어찼다. 또 울렸다.

"야, 됐어. 넌 밖으로 나가."

문일병은 뛰다시피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왔다.
그리고 갑판으로 나와서는 함수부분에 있는 커다란 함포구석으로 달려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무릎속에 파묻었다.

'세상이 이 배는 바닥에 물이 세는 군함이었어. 아...'

눈물이 갑자기 몰려왔고 문일병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갑판에서 문일병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은 하사관 오중사가 찾아 다니다가 함포 근처에서 문일병을 발견했다.
오중사는 문일병을 데리고 천안함 지하2층의 숙소로 데려가 목욕과 휴식을 시키고 나서, 문일병에게서 가스터빈실에서 있었던, 천안함바닥 누수 이야기 내용을 전해 들었다.

"몇 년 되었다고 하더라. 오래전부터 천안함은 물이 새고 있었다던데.. 나도 벌써 2년재 타고 있지만, 별 일은 없었다. 단지, 저번 겨울에는 좀 더 물이 많이 새어들어와서, 평택에서 이곳 진해까지 수리하러 온 건데, 수리가 안되었었나보군.."
문일병은 건강했기에 콧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나도 전해들은 이야긴데, 제1연평해전이 있었을 때, 그러니까 10여년전에 천안함이 북한군의 함포를 맞았데, 선체의 뒷쪽에 맞았는데, 그 때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나본데, 아마 그때 배 아래에 균열이 있었지 않았나.. 하더라구."
"이런 말 하면, 더 걱정하겠지만.. 보름전 쯤에, 천안함 기관장이 하선해 버렸어. 아마 수리가 안되어 스스로 배를 내렸던 것 같아."
"하지만, 이 정도 물이 샌다고해서 배가 침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매우 친절한 오중사의 다독거림과 해설에도 불구하고, 문일병의 마음속에 담긴 충격의 내용물은 사그러들지 못했다.

"내일 출항이다. 부모님께 편지 한 통 미리 써서 부쳐라. 바다로 나갈 때는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비장하게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모님 안계시고, 부산에 할아버지 한 분 계세요."

오중사는 물끄러미 문일병을 바라보았다.

"음.. 여기 군대는 고아는 오지 못한다. 부모님이 이혼하신거구나. 두 분 다 널 버리셨고.."
 
문일병은 오중사를 바라보았다. 신기하게 말 한마디 가지고 남에 가족 이력을 다 알아챘다.

"저는 할아버지 밖에 없어요. 난 부모님 없어요."
"버림 받은 거야. 숨기지 마라. 어쩔 때는 그게 더 편할 때도 있어."
"인정하고 독하게 살아라. 인생을 사는데 증오처럼 큰 에너지를 주는 것은 없다."

오중사는 문일병의 어깨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리고 확 끌어 안아줬다.
문일병의 얼굴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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